본문바로가기 (SKIP TO CONTENTS)

국가인권기구

Home > 인권정보실 > 분야별 인권 > 국가인권기구

개념

2001년 4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어 5월 23일 김대중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함에 따라 같은 해 11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해 각종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 활동 등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당했거나 회사나 개인에 의해 차별행위를 당한 사람들은 인권위에 피해구제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국가인권기구란, 헌법 또는 법률에 따라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임무로 하고, 시민사회의 전면적인 참여를 통하여 구성되며, 입법ㆍ사법ㆍ행정부로부터 독립하여 기능하는 새로운 개념의 국가기구를 말한다. 말하자면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확인하고 국가체제를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가는 계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국가인권기구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의 국가기구라고 하였듯이 이 기구는 인권문화를 길러내고 인권의 관점에서 법률과 제도, 정책과 관행을 점검하게 하는 국가적인 "반성장치"로서, 기존의 국가체제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기구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992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와 기능에 관한 원칙"으로 일단락된 논의의 산물이다. 그 결과 1993년 세계인권위원회에서 채택한 "비엔나 선언과 행동계획"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참가국이 자기 나라의 실정에 맞는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하고 그 기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기도 하였다. 1993년까지 35개국이 국가인권기구를 설립 하였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 국제사회의 대세가 되고 있으며 많은 나라에서 인권보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생소하지만 인권단체협의회는 1993년 이래 국가인권기구의 설치를 요구해 왔고 법무부가 1996년 국정감사에서 이 기구의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일도 있으며 지난 1997년 대선에서 당시 김대중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국가인권기구가 하는 일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① 인권상황과 인권에 관련된 법률과 제도, 정책과 관행의 연구와 조사, ② 인권문제와 관련하여 정부, 국회, 법원 등 국가기관에 의견을 제출하고 개선안을 제안, ③ 국제인권기준에 맞게 국내법과 관행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인권조약에 따른 구제절차의 이용을 지원, ④ 인권교육과 홍보를 통해 인권지식을 고취하고 시민사회와 협력, ⑤ 유엔, 지역인권기구, 다른 나라의 인권기구와 협력, ⑥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및 평화적인 해결과 권리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 등이다.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자, 참여사회 1998.1, 조용환)

개선방향과 전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제정된 인권위법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만들고 예산의 독립성과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면제를 인정하기로 한 것 등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권위원법이 겉으로만 독립된 국가기관일 뿐, 법무부와 검찰에 의해 무력화될 것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인권기구는 국가권력을 행사하되,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국가기관이 수행하지 못하는 인권기능을 "보완"하여 수행하고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인권정책의 수행과 집행을 추동하며 인권교육을 통해 인권문화를 창달하는 한편, 권력기관이 저지르는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가권력내부의 "면역장치"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인권기구는 다른 국가기관의 고유한 업무수행에 개입, 간섭하거나 감시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및 구제기능과 관련해서도 인권기구는 다른 국가기관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그들이 본래의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할 뿐이다. 특히 인권기구는 현정부 아래서는 물론 인권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약한 정부가 집권할 경우에도 독립성을 잃지 않고 정부를 감시, 견제하여 인권보호와 향상에 기여하고 민주주의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을 예방하는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권위법의 과제

검찰과 경찰, 그리고 판사들의 법집행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한과 불신은 높다. 지금 시점에서 분변한 건 물이 반만 찬, 허점투성이 법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얻은 것은 아직 새까만 활자로 인쇄된 법문에 지나지 않는다. 이 텍스트를 힘없는 국민과 공사권력이 함께 존중하는 살아있는 텍스트, 즉 콘텍스트로 바꾸려면 길고도 험난한 길을 더 가야한다. 앞으로 반만 찬 컵에 물을 더 채울 수 있을지, 아니면 물이 더 새 나갈지, 그리고 확보된 물을 누구의 갈증을 푸는데 쓸 것인지는 크게 볼 때 세가지 변수에 달려있다.

첫째, 인권위원회의 구성, 특히 인권위원의 선임 문제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듯이 다소 모자란 법도 집행주체의 의지와 지혜에 따라서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인권위원은 영역을 불문하고 관료화된 기성체제에서 승승장구한 유능하고 무난한 인물로 채워져서는 안된다. 인권위원은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추되 저항과 투쟁의 이력이 있는 인물이어야한다. 정 필요하면 검찰청으로 달려가 데모하는 것도 마다지 않을 신념의 인물이어여 한다. 또한 검찰과 경찰의 인권침해 여부를 주로 감시할 인권위의 업무 성격상, 최소한 초대 인권위원회의 구성에서는 검찰 출신 변호사를 배제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4인, 여당과 야당이 각각 2인, 대법원이 3인을 추천하는 현대의 나눠먹기 방식으로는 이런 최소한의 인선원칙들이 관철될 여지가 매우 작다. 특히 이 방식 아래서는 다양성과 대표성의 원칙에 아랑곳없이 인권위원의 대다수가 법조인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인권위원회는 인선과 구성에서부터 인권단체들의 저항과 국민들의 냉소에 직면할 것이다.

둘째, 국가인권위원회의 인력과 예산 문제다. 인권위는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아니냐는 악의의 오해를 받았을 만큼 관할 대상이 넓고 업무범주도 다양하다. 관할대상은 공사기관을 포괄한다. 수사기관, 군대, 감옥, 기타 국가기관은 물론 기업, 학교, 복지시설 등 사적 기관이 다 감시대상에 들어온다. 업무내용과 권한도 매우 다양하다. 인권침해 진정사안을 조사, 구제하는 권한, 구금시설과 복지시설을 방문ㆍ감찰하는 권한, 인권실태를 청문ㆍ조사하는 권한, 인권관련 입법과 정책에 대해 국가기관에 권고하는 권한,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전문의견서를 제출하는 권한, 인권교육을 실시할 권한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런 권한들도 인력과 예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광범위한 관할대상과 다양한 업무내용을 감안할 때 최소한 서울지방검찰청 수준의 인력과 예산은 있어야 소임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셋째, 인권위의 조직문화를 건설하는 문제다. 인권위는 새로운 유형의 국가기관으로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요구한다. 인권위의 최종 결정은 모두 권고적 효력만을 갖는다.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명령권이나 경제처분권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권위는 원천적으로 권력성이 거세된 봉사형 국가기관이다. 다음으로 인권위는 국내실정법을 넘어 국제인권법을 명시적인 활동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색적인 국가기관이다.

인권위는 국제인권사회를 향해 열려 있는 국가 내부의 창구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는 시민사회의 성원과 협력 없이는 자신의 결정을 관철시킬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는 국가기관들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시정하는 시민사회의 축소판으로 기능할 것이 요구된다. 시민사회의 관심과 걱정을 국가 내부에 전달하는 제도적 연결통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인권위는 봉사조직, 시민단체, 국제기구의 성격을 두루 지닌 국제인권법시대의 독특한 국가기관으로서 개방성과 유연성, 그리고 기동성이 돋보이는 민중친화적인 조직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 찌든 기존 관료들한테 이런 조직문화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설립단계서부터 인권시민단체들의 적극적 참여와 감시가 필수적이다.

만약 집권세력이 이상의 세 가지 과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성실히 수행하면 인권위는 법의 중대한 허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권시대를 여는 소중한 디딤돌로 활용되고 현 정부의 중요한 치적사항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엇나갈 경우 인권위는 관료적 특권에 길들여진 무난한 인물들이 여기저기 눈치나 보여 권한없음을 탓하는 가운데 서서히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서 멀어질 게 틀림없다.

(인권위법, 향후 과제와 전망 중에서, 곽노현)

관련단체

  • 올바른 국가인권기구실현을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
    http://hrngo.org
  • 국가인권위원회
    http://www.humanright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