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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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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가야금이미지 "문화적 권리"란 우리에게는 생소한 인권개념이다. "문화적 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그 함의는 무엇인지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관련쟁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 적도 없다. "문화적 권리"가 명시적으로 사회적 관심을 끌거나 논의 대상이 된 적도 드물다.
문화적 권리에 대한 인식수준이나 관심이 이처럼 낮은 것은 국내에 국한되는 상황만도 아닌 모양이다. 필리벡에 의하면 문화적 권리는 "인권가족의 신데렐라"이다.
1). 이말은 신데렐라가 계모와 언니들에 의해 뒷방에서 지내듯 문화적 권리 역시 다른 인권에 비해 늘 부차적인 위치에 놓여 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니에크 또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다년간 국제적 논쟁의 주제가 되었지만 문화적 권리의 범주는 법률적 내용이나 집행가능성의 견지에서 보면 가장 덜 발달한 범주라고 하고 있다.
2). 이런 판단은 1996년에 유네스코의 문화와 발전에 대한 유럽특별조사단(The European Task Force on Culture and Development)이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에 제출한 「주변에서 안으로」(In from the Margins)라는 보고서가 ""문화적 권리"는 논의가 제대로 전개되지 않은 인권범주로서 그에 대한 만족스런 정의와 법률적 규약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난다.
3) "문화적 권리"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낮고 그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정세적 이유를 꼽아야 할 것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 문화적 권리의 문제는 다른 권리, 특히 정치적 ·경제적 권리에 비해 주장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동서냉전구도 속에서 "문화적 권리"는 "경제발전"이라는 더 큰 화두 속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대립하는 두 체제가 서로 우위를 주장할 근거는 무엇보다도 경제발전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었고, 정치적 관심과 논쟁은 경제적 우열을 놓고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나아가 문화적 권리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한 이유가 된다.
사실 문화란 무엇인지,어떤 기준으로 문화와 문화 아닌 것을 구분해야 하는지 그 근거를 대기란 매우 어렵다. 문화적 권리를 다른 권리와 구분하는 기준이 될 문화 자체가 이처럼 규정하기 어렵다면 문화적 권리를 설명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문화적 권리를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리기도 쉽지 않게 된다. 사회적 쟁점이 되려면 대중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개념적 명료성을 지녀야 하는데 문화적 권리는 그런 명료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발제는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맞아 한국사회에서 문화적 권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문화적 권리를 신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생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마련된 글이다. 문화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신장하려면 문화적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할 방도, 예컨대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장 장치를 도입하는 일이 어렵다면 노동 ·시민 ·사회운동단체 및 국가가 어떤 방식, 어떤 종류의 운동과 노력, 조치 등을 취해야 장치도입이 제데로 될지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 발제문은 이런 구체적인 작업을 제안할 수 있는 수준의 논의를 전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내 논의도 별로 진척되어 있지 못한 상황인데다가 발제자 자신이 이 주제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추지 못한 한계 때문이다.

국내 논의가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선 시점에서 이 발제가 먼저 살펴볼 일은 문화적 권리란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만 문화적 권리가 인권가운데 어떤 위상을 차지하는지, 문화적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를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다음에서 세 가지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적 권리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시도하고,
둘째, 문화적 권리의 사회적 인정을 위해 필요한 관점과 조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셋째, 문화적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받기 위하여 시민사회운동단체가 유념해야 할 점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개선방향과 전망

문화적 권리 목록작성의 필요성

문화적 권리의 사회적 인정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권리를 분류하고 그것을 목록화하는 것 또한 긴요한 과제로 보인다. 니에크에 따르면 문화적 권리범주에 어떤 권리가 포함되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세계인권선언과 함께 시작되었다.
권리의 목록을 만드는 일은 권리의 실현여부를 점검하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문화적 권리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할지를 알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 권리와 관련한 국가의 의무를 환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문화적 권리의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선 문화적 권리의 내용을 정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위에서 문화적 권리에 관한 개념적 이해를 시도하면서 문화적 활동에 대한 참여 또는 접근의 문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나아가 문화적 생존권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지만 그런 정도의 분류만으로 문화적 권리의 구체적인 양상들을 제대로 포괄할 수는 없다. 문화적 권리의 내용은 좀더 세밀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고 그 목록도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이 작업은 물론 쉽지 않다.
한 예로 문화적 권리가 보편적 권리로서의 인권과 맺는 관계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사실도 난관이다. 인권이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반면 문화는 대체로 상대적인 개념으로 인식되기 쉽다. 문화상대주의 관점이 그래서 나오는데, 이런 관점은 보편적 인권과 쉽게 조화되지 않은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어떤 것이 문화적 권리이고, 어떤 것은 문화적 권리가 아닌지, 문화적 권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떤 권리는 문화적 측면을 가지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예를 들면 정보에 대한 권리는 문화적 권리인가 아닌가? 정보권은 시민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시민권에 국한된다고 할 수만은 없다. 정보권 없이는 문화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가 성취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권의 목록을 확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 27조는 문화적 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 누구나 모두 공동체의 문화적 삶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예술을 즐기며, 과학의 발달과 그 혜택을 공유할 권리를 지닌다.
  2. 누구나 모두 자신이 저자가 되는 과학적·문학적·예술적 생산으로부터 나오는 도덕적·물질적 이익을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또한 같은 문건 22조에는 "누구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보호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국가적 노력과 국제적 협조를 통하여, 그리고 각 국가의 조직 및 자원에 따라서 자신의 위엄과 자유로운 인격발전에 불가결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실현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세계인권선언의 이런 조문들이 문화적권리에 대해 충분하게 다루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문화적권리를 독자적인 항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은 1966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이다.
    이 규약의 제 15조에는 다음과 같은 문화적 권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1. 현 규약에 참여하는 국가는 누구나 모두
    1. 문화적 생활에 참여하고,
    2. 과학적 진보와 그 응용의 혜택을 누리고
    3. 자신이 저자가 되는 모든 과학적 ·문학적 혹은 예술적 생산에서 나오는 도덕적·물질적 이득의 보호로 득을 볼 권리를 인정한다.
이런 규약으로 미루어볼 때 국제적 수준에서 문화적 권리는 두 가지 핵심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첫째는 문화적 삶에 대한 접근권이요, 둘째는 문화적 삶에 대한 참여권이다. 이들 권리의 상정은 우리가 위에서 본 "문화주의적 관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보인다.
여기서 문화는 비판적 고찰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보호하고 인정해야 할 어떤 가치이다. 즉 이데올로기나 헤게모니, 혹은 권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창조적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문화적 권리의 목록내용은 분류의 목적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리앤더는 11개 범주에 따라 50개의 문화적 권리목록을 작성하였는데, 포괄성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11개 범주는 신체적·문화적 생존에 대한 권리, 문화적 공동체와 연대하고 동일시할 권리,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권리 및 그에 대한 존중, 물리적·무형적 유산에 대한 권리, 종교적 신념과 관습에 대한 권리, 의사·표현·정보의 자유에 대한 권리, 교육과 훈련의 선택에 대한 권리, 문화정책검토에 참여할 권리, 문화적 삶에 대한 참여권과 창작의 권리, 내생적 발전을 선택할 권리, 자신의 물리적·문화적 환경에 대한 권리 등이다.
반면에 스위스 프리부르크 대학교의 학제간 윤리 및 인권연구소가 만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보호를 위한 문화적 권리 인정에 대한 유럽협약의 예비의정서 초안"(Preliminary Draft Protocol to the European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on the Recognition of Cultural Rights)에 제시된 목록은 포괄적이지는 않지만 목록에 포함된 문화적 권리에 대한 위반이 발생할 경우 유럽의 인권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성의 목적이다.
이 초안의 1조와 2조는 다음과 같다.

제1조
누구나 모두 자신의 가치와 전통에 대한 존중과 표현의 권리가 인간의 존엄, 인권, 그리고 기본적 자유의 요건에 반하지 않는 한 그 권리를 개인으로서 가지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한다.
이 권리는 다음을 포함한다.
  1. 공적으로건 사적으로건 문화적 활동에 종사하고 특히 자신이 선택하는 언어를 말할 자유,
  2. 자신이 선택한 문화적 공동체와 동일시하고 그와 관계를 유지할 권리(이는 그러한 선택을 바꿀 수 있거나 그 어떤 문화적 공동체와도 동일시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한다.),
  3. 인류 공동의 유산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문화들을 발견하는 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
  4. 인권에 대해 알고, 인권이 지배하는 문화를 정립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제2조
  1. 누구나 모두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자기 문화적 정체성의 전면적이고 무제한적 발전을 허용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2. 이 권리는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고 또 그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며, 국내법에 따라 그 목적에 필요한 어떤 기관이라도 설립할 자유를 포함한다.
  3. 이 권리는 그 보장에 필요한 수단을 필요와 재원에 준하여 공적으로 제공받을 권리를 포함한다.
여기서 이들 조항을 소개하는 것은 문화적 권리의 목록을 작성하는 나름대로의 지침을 얻기 위함이다. 한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문화적 권리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할까? 문화적 권리를 포함한 인권의 보호나 신장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정부보다는 시민사회운동에서 더 절실한 과제임을 생각할 때 시민사회운동의 활성화에 필요한 목록의 작성도 한 방법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예를 들어 방금 위에서 언급한 제2조 2항에 언급된 문화교육기관의 설립권은 지금 교육부가 거의 전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교육기관설립에 새로운 요구를 제출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설 문예아카데미의 경우는 1992년에 개설되어 지금까지 2만 명이 넘는 수강자를 받았지만 아직 사회교육기관으로 인가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인정하는 사회교육기관은 언론단체가 운영하는 문화센터 등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신문사나 방송사 같은 유력한 단체에만 문화교육을 실시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국제적 규약이나 의정서 등에서 문화교육의 권리를 기본적인 문화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는정신과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점이 인정된다면 문예아카데미는 사회교육기관으로 지정받는 데 중요한 도덕적 지원을 얻는 셈이 된다. 시민운동단체로서 민예총은 국제적 수준의 논의에서 제출된, 문화적 권리 관련 의무조항을 활용하여 정부에 차별금지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UN이나 UNESCO, 혹은 그와 연관된 지역적 국제기구에서 채택한 규약이나 협약, 의정서 등이 언급하거나 포함하는 문화적 권리들을 목록으로 만드는 일은 이런 점에서 사회 운동단체들이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일로 보인다.

정부의 의무 시행촉구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제 2조에는 규약에 명시된 권리의 전면적 실현을 위해 국가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조치를 즉각 취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앞에서 같은 규약 15조의 1항을 언급하였는데, 그외에도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가의 의무에 대한 내용이 좀더 구체화되어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1. 문화적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이루기 위해 본 규약에 참여하는 국가가 취할 조치들은 과학과 문화의 보존, 발전, 확산에 필요한 조치들을 포함한다.
  2. 본 규약에 참여하는 국가는 과학적 연구와 창조적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자유를 대변한다.
  3. 본 규약에 참여하는 국가는 과학적 ·문화적 영역에서의 국제조약 및 협조의 장려와 발전으로부터 파생하게 되는 혜택을 인정한다.
국내 사회운동단체들은 위에서 다룬 문화적 목록과 함께 이런 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1990년에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하였다. 국내의 문화적 권리신장을 위해 인권단체와 문화단체들은 이런 점을 고려하여 국가에 대해 문화적 권리와 관련된 의무를 준수하라는 요구를 좀 더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 비엔날레와 과천 세계마당극 큰잔치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들 행사는 지방자치시대 개시 이후에 개최되기 시작한 국제적인 지역문화예술축제인데, 문제의 발단은 행사집행의 주도권을 놓고 공무원조직이 의도적으로 전문가들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행사를 독식하겠다고 나선 데서 생겼다. 이런 사태는 두 지방정부가 문화예술 전문가의 위상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명백하게 보여주지만 이로써 문화적 활동에 민간인 전문가가 참여할 권리가 크게 훼손당하였고, 아울러 지방주민을 포함하여 국민대중의 문화적 향수권에도 침해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행사가 파행으로 치달으면 대중의 문화적 생활에도 나름대로 피해가 생길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문화적 삶에 참여할 시민의 권리가 제약당한 경우라고 해석할 수 있다면 한국이 가입한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이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제법에 무지한 발제자로서는 국제적 규약이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어떻게 적용 될 수 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규약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운동단체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닌가 싶다. 문화운동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운동단체가 그런 규약을 활용할 수 있다면 문제를 일으킨 지방정부에 대해 좀더 강력한 대응을 할 수도 있고, 해당 국제 규약을 활용하여 중앙정부에 대해 문화적 권리를 국제적 수준으로 존중하라는 요구도 좀더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1986년 6월에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림부르흐회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이행에 관한 림부르흐원칙"을 채택한 바있다. 핵심이 된 사항은 문제의 규약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격과 범위문제였다. 이 원칙을 살펴보면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좀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국가는 경제발전의 수준에 관계없이 목록에 든 권리의 전면적 실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적절한 수단들(법률적·행정적 ·사법적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 조치들을 포함한)을 동원하여 조치를 취하는 일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 일부 의무조항은 차별금지와 같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시행을 요한다. 어떤 경우에라도 국가는 의무수행노력을 무기한 연기하는 기회로 본 규약을 해석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국가가 이들 권리의 실현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취하지 않았는지 결정할 때는 이들 권리를 위해 가용자원들이 사용되었는지 여부가 고려될 것이다.

이 원칙대로라면 우리 정부 역시 규약에 참여하고 있는만큼 문화적 권리의 전면적 실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적절한 수단을 동원하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국내의 인권을 신장하려는 개인과 단체, 시민사회와 정부기관들이 함께 조사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어

서두에서 "문화적 권리"라는 화두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생소한 것이라고 하였다. "문화적 권리"에 대해서는 아직 개념적 이해나 사회적 인식도 낮고, 그것을 인권으로서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우리 시민사회운동이 그 동안 매우 중요한 한 안건을 놓치고 있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인권운동에 종사하는 활동가 ·연구자가 문화적 권리를 좀더 깊이 이해아고 그 진작을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발제자 또한 문화적 권리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 본격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가진 셈인데, 앞으로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발제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 사회운동진영이 문화적 권리와 관련된 국제적 수준의 논의를 꾸준히 추적하는 일이 특별하게 중요하겠다고 느끼게 되었다. 국제규약에 명시되어 있는 문화적 권리조항들을 숙지하고, 이들 조항에 관한 지배적 해석의 동향을 파악하며, 문화적 권리의 보호와 진작과 관련된 현안들, 과제들, 쟁점들을 국내 논의에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없이는 문화적 권리를 신장하는 사회적 운동을 제대로 펼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문화적 권리의 신장을 위해서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기관에 대해 시민적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 압력은 문화적 권리에 관련된 정확한 정보, 쟁점과 논점에 대한 올바른 입장 등을 필요로 할 텐데 논의를 먼저 시작한 외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아울러 국제적으로는 문화적 권리보장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국제기구들은 어떤 관점과 어떤 인적 ·물적 자원을 가동하여 문화적 권리보호에 임하고 있는지, 문화적 권리와 의무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어떤지에 대해서 아는것도 중요하다.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적 기준의 도입은 시민사회운동이 국내에서 문화적 권리를 신장하는 데 중요한 자원을 얻는 일이 될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기념하여 치르는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이런 부분에서 국내 시민사회운동의 관심과 역량이 증대되고 강화될 것을 기대한다.